그동안 우리 발효차를 만들어 오면서 가지게 된 아직은 미숙한 어지러운 생각(亂想)들과, 우리 차계의 발효차에 대한 난맥상(亂脈狀)을 보아오며 느꼈던 짧은 생각(短想)들을, 두서없이 모아서 올린다.
서투르고 거칠기 그지없으나, 차 농사철이라 심신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끄러움을 대신한다.
1. 세상의 모든 차는 발효차이다.
발효차는 후발효차인 흑차(운남보이로 대표되는)가 아니고는, 일반의 발효음식처럼 미생물인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하여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차잎이 지니고 있는 자체 산화효소에 의해 발효되어 만들어 진다. 그래서 만들어진 차가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등이다.
모든 생물은 제 속에 산화효소를 지니고 있어서, 숨이 끊어지면 그 순간부터 산화효소가 작동하여 스스로를 나누고 부수어 흙으로 돌아가려 한다. 때문에 흔히 불발효차라고 부르는 녹차도 순조롭게 익혀 만들면, 발효의 정도가 1~3%쯤 진행된 차가 된다.
2. 발효차는 녹차보다 뒤늦게 만들어 졌다?
발효차의 탄생시기는 명청교체기인 17세기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설(定說)일뿐 정설(正說)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의 발달사를 살펴보면, 차는 쪄서 익히기에서 덖어서 익히기로 발전되어 왔다. 물에 데치거나 김으로 쪄서 익히는 것은 솥에서 뒤집어서 차잎을 낱낱이 익히는 것보다 수월하다. 그 효율성과 편의성 때문에 일본의 경우 대량생산방식이 본격화된 이후 찐차의 생산이 주류로 자리잡았고, 중국 역시 최근 들어 찐차의 생산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이 글의 주제와는 무관하므로 그에 관한 논설은 다음으로 미룬다.
고려조 이전(중국은 당,송대)에는 잎차보다는 덩이차가 더 유행하였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법도 오늘날의 잎차를 우려마시는 법과는 다르게, 덩이차를 부수어 끓여 마시거나 빻아서 타서 마셨다.
그렇다면, 덩이차가 잎차보다 먼저 만들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보관과 운송의 편의성 때문일 것이다. 차를 단단하게 덩이지어 만들면 공기와 수분이 속으로 침투되는 것을 막아 부패(腐敗)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자체 수분에 의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발효될 수밖에 없었으니, 그 향미가 오늘날의 녹차와는 같지 않았을 것이고, 그 일단(一端)이 보이청병에 남아 있다.
명 태조 주 원장은 칙령까지 내려 덩이차의 제조를 금하였는데, 명목이야 백성의 수고를 덜어주는데 있었다고는 하지만, 속뜻은 차의 저장성과 운송성을 낮추어 서북방의 이민족을 압박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명대에 정착된 덖음 잎차의 제조법은 차잎의 산화효소와 수분을 더욱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녹차는 더욱 녹차답게 만들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발효차가 나누어 발전하게 된 단초(端礎)도 마련되었던 것이다.
17세기중엽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자 복건성과 광동성 등의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홍차와 오룡차(청차)등의 발효차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19세기이후에는 영국의 주도로 인도지역을 중심으로 홍차의 생산이 급격히 확대되어 오늘날에는 홍차가 세계의 차 생산량(300만톤; 따져보면 전 인류의 1인 년중 차 소비량은 평균 500g임)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차의 종주권인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녹차의 생산이 주류이나, 최근 들어 발효차(특히 오룡차)의 생산과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3. 가마솥 덖음 녹차만이 우리의 정통차인가?
우리차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초의스님의 다신전(청대의 <만보전서>에 실려있는 '다경채요'를 등초(謄抄;베낌)한 차 책, 원전은 명대의 장 원이 쓴 <다록>임)의 조다편을 예로 들면서 가마솥 덖음 녹차가 우리의 정통차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초의스님도 발효차를 만든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남아있고, 오늘날 사찰차의 법통을 이었다고 하시는 이들 가운데에는 데치거나 쪄서 차잎을 익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온돌방에서 띄워서 차를 만드는 이도 있다.
위의 사실들에 대한 진위는 따질 필요도 없고, 2000년이 넘는 우리차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차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와 195,60년대에도 하동의 화개와 악양, 해남, 강진 등지에는 우리 발효차의 맥이 면면히 이어져 남아있었다. 자승자박(自繩自縛)하여 우리차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지 말아야 하겠다.
4.“꼭 술이 아니더라도 모든 발효음식에는 중독성이 있다!”
서양의 어느 저명한 포도주 품평인이 했다는 말이다. 포도주나 위스키에는 알코올이 있어서 중독 된다지만, 치즈나 김치가 무엇 때문에 중독 될까? 곰곰이 궁리해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 모든 발효음식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향미이다.
‘위대한 발명은 우연의 산물이다’라는 말처럼,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발효음식은 유익한 성분이 생겨나고 소화흡수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름의 발효향미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발효음식을 먹고 마시면 오감(五感)이 기뻐하고 몸이 편안하게 되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오묘한 향미가 좋은 것으로 기억되어 남는 것 아닐까?
우리 겨레는 남부럽지 않은 풍부한 발효음식의 전통과 유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밥상은 유전자 조작과 화학농법에 찌든 작물과 그것으로 먹여 기른 어육과 가공식품들에 병들어 있다. 김치와 된장과 발효차가 그 병폐(病弊)들을 말끔히 닦아 내었으면...
5. 우리의 차잎에 알맞은 발효차를 만들어야...
작년에 이름난 무이암차 가운데 하나인 대홍포가 20g에 우리 돈 2,500만원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바는 아니나, 타산지석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중국 남부의 아열대 기후대에서 나는 차잎은 카데킨과 섬유질이 많아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미를 지닌 녹차를 만들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발효차를 만들기 시작하였을 것이고, 그 지역의 풍토에 어울리는 품종의 육성과 제법의 향상 등을 통하여 이름난 차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차잎의 발효는, 자체의 산화효소가 그의 주성분인 카데킨(차탄닌의 주성분)과 그 밖의 아미노산, 엽록소와 플라보놀 등의 색소물질,...,등을 산화시켜서, 분해와 축합이 교차로 진행되어, 새로운 물질이 생겨나고 그 성질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는 차엽발효화학의 기본 원리일 뿐, 모든 생물 현상이 다 그렇듯, 차엽발효의 복잡다단한 생화학적 작동과 기능들 가운데 우리가 알아낸 것은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차잎을 그것의 특성과 제반 여건들을 조화시켜 순조롭게 발효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어찌하면 좋은 색, 향, 미, 기를 지닌 발효차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녹차가 그렇듯, 발효차의 전통도 고스란히 이어받지 못했다. 근래에 우리 발효차를 만들고 공부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한켠에서는 조악한 전통식을 고집하고 한켠에서는 우리 차잎의 특성이나 기후조건 등의 환경을 무시한 채 중국식을 맹종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뜻과 슬기를 함께 모아야 하지 않을까?
어줍은 글을 마치면서 당부드리오니, 그동안 우리 발효차를 만들고 공부하며 지겹게 들어온, ‘우리의 차잎은 발효차를 만들기에 알맞지 않다’ ‘가마솥 덖음 녹차만이 우리의 정통이다’라는 말들은 이제 그만 그치어 주시길...
우물 아래에서야 어찌 보고 알까?
나날이 옷을 바꾸어 입는 산천의 고운 빛깔과 계절의 흐름 따라 밤하늘을 수놓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의 휘황찬란한 자태를!
서투르고 거칠기 그지없으나, 차 농사철이라 심신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끄러움을 대신한다.
1. 세상의 모든 차는 발효차이다.
발효차는 후발효차인 흑차(운남보이로 대표되는)가 아니고는, 일반의 발효음식처럼 미생물인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하여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차잎이 지니고 있는 자체 산화효소에 의해 발효되어 만들어 진다. 그래서 만들어진 차가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등이다.
모든 생물은 제 속에 산화효소를 지니고 있어서, 숨이 끊어지면 그 순간부터 산화효소가 작동하여 스스로를 나누고 부수어 흙으로 돌아가려 한다. 때문에 흔히 불발효차라고 부르는 녹차도 순조롭게 익혀 만들면, 발효의 정도가 1~3%쯤 진행된 차가 된다.
2. 발효차는 녹차보다 뒤늦게 만들어 졌다?
발효차의 탄생시기는 명청교체기인 17세기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설(定說)일뿐 정설(正說)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의 발달사를 살펴보면, 차는 쪄서 익히기에서 덖어서 익히기로 발전되어 왔다. 물에 데치거나 김으로 쪄서 익히는 것은 솥에서 뒤집어서 차잎을 낱낱이 익히는 것보다 수월하다. 그 효율성과 편의성 때문에 일본의 경우 대량생산방식이 본격화된 이후 찐차의 생산이 주류로 자리잡았고, 중국 역시 최근 들어 찐차의 생산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이 글의 주제와는 무관하므로 그에 관한 논설은 다음으로 미룬다.
고려조 이전(중국은 당,송대)에는 잎차보다는 덩이차가 더 유행하였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법도 오늘날의 잎차를 우려마시는 법과는 다르게, 덩이차를 부수어 끓여 마시거나 빻아서 타서 마셨다.
그렇다면, 덩이차가 잎차보다 먼저 만들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보관과 운송의 편의성 때문일 것이다. 차를 단단하게 덩이지어 만들면 공기와 수분이 속으로 침투되는 것을 막아 부패(腐敗)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자체 수분에 의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발효될 수밖에 없었으니, 그 향미가 오늘날의 녹차와는 같지 않았을 것이고, 그 일단(一端)이 보이청병에 남아 있다.
명 태조 주 원장은 칙령까지 내려 덩이차의 제조를 금하였는데, 명목이야 백성의 수고를 덜어주는데 있었다고는 하지만, 속뜻은 차의 저장성과 운송성을 낮추어 서북방의 이민족을 압박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명대에 정착된 덖음 잎차의 제조법은 차잎의 산화효소와 수분을 더욱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녹차는 더욱 녹차답게 만들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발효차가 나누어 발전하게 된 단초(端礎)도 마련되었던 것이다.
17세기중엽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자 복건성과 광동성 등의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홍차와 오룡차(청차)등의 발효차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19세기이후에는 영국의 주도로 인도지역을 중심으로 홍차의 생산이 급격히 확대되어 오늘날에는 홍차가 세계의 차 생산량(300만톤; 따져보면 전 인류의 1인 년중 차 소비량은 평균 500g임)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차의 종주권인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녹차의 생산이 주류이나, 최근 들어 발효차(특히 오룡차)의 생산과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3. 가마솥 덖음 녹차만이 우리의 정통차인가?
우리차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초의스님의 다신전(청대의 <만보전서>에 실려있는 '다경채요'를 등초(謄抄;베낌)한 차 책, 원전은 명대의 장 원이 쓴 <다록>임)의 조다편을 예로 들면서 가마솥 덖음 녹차가 우리의 정통차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초의스님도 발효차를 만든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남아있고, 오늘날 사찰차의 법통을 이었다고 하시는 이들 가운데에는 데치거나 쪄서 차잎을 익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온돌방에서 띄워서 차를 만드는 이도 있다.
위의 사실들에 대한 진위는 따질 필요도 없고, 2000년이 넘는 우리차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차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와 195,60년대에도 하동의 화개와 악양, 해남, 강진 등지에는 우리 발효차의 맥이 면면히 이어져 남아있었다. 자승자박(自繩自縛)하여 우리차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지 말아야 하겠다.
4.“꼭 술이 아니더라도 모든 발효음식에는 중독성이 있다!”
서양의 어느 저명한 포도주 품평인이 했다는 말이다. 포도주나 위스키에는 알코올이 있어서 중독 된다지만, 치즈나 김치가 무엇 때문에 중독 될까? 곰곰이 궁리해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 모든 발효음식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향미이다.
‘위대한 발명은 우연의 산물이다’라는 말처럼,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발효음식은 유익한 성분이 생겨나고 소화흡수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름의 발효향미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발효음식을 먹고 마시면 오감(五感)이 기뻐하고 몸이 편안하게 되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오묘한 향미가 좋은 것으로 기억되어 남는 것 아닐까?
우리 겨레는 남부럽지 않은 풍부한 발효음식의 전통과 유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밥상은 유전자 조작과 화학농법에 찌든 작물과 그것으로 먹여 기른 어육과 가공식품들에 병들어 있다. 김치와 된장과 발효차가 그 병폐(病弊)들을 말끔히 닦아 내었으면...
5. 우리의 차잎에 알맞은 발효차를 만들어야...
작년에 이름난 무이암차 가운데 하나인 대홍포가 20g에 우리 돈 2,500만원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바는 아니나, 타산지석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중국 남부의 아열대 기후대에서 나는 차잎은 카데킨과 섬유질이 많아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미를 지닌 녹차를 만들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발효차를 만들기 시작하였을 것이고, 그 지역의 풍토에 어울리는 품종의 육성과 제법의 향상 등을 통하여 이름난 차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차잎의 발효는, 자체의 산화효소가 그의 주성분인 카데킨(차탄닌의 주성분)과 그 밖의 아미노산, 엽록소와 플라보놀 등의 색소물질,...,등을 산화시켜서, 분해와 축합이 교차로 진행되어, 새로운 물질이 생겨나고 그 성질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는 차엽발효화학의 기본 원리일 뿐, 모든 생물 현상이 다 그렇듯, 차엽발효의 복잡다단한 생화학적 작동과 기능들 가운데 우리가 알아낸 것은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차잎을 그것의 특성과 제반 여건들을 조화시켜 순조롭게 발효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어찌하면 좋은 색, 향, 미, 기를 지닌 발효차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녹차가 그렇듯, 발효차의 전통도 고스란히 이어받지 못했다. 근래에 우리 발효차를 만들고 공부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한켠에서는 조악한 전통식을 고집하고 한켠에서는 우리 차잎의 특성이나 기후조건 등의 환경을 무시한 채 중국식을 맹종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뜻과 슬기를 함께 모아야 하지 않을까?
어줍은 글을 마치면서 당부드리오니, 그동안 우리 발효차를 만들고 공부하며 지겹게 들어온, ‘우리의 차잎은 발효차를 만들기에 알맞지 않다’ ‘가마솥 덖음 녹차만이 우리의 정통이다’라는 말들은 이제 그만 그치어 주시길...
우물 아래에서야 어찌 보고 알까?
나날이 옷을 바꾸어 입는 산천의 고운 빛깔과 계절의 흐름 따라 밤하늘을 수놓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의 휘황찬란한 자태를!